시나리오 진입 조건 후쿠자와의 이야기에서 [임의 선택 → 3. 캠핑 이야기는?]으로 진행하면 진입.
이 글에서 진행하는 분기는, 플레이하고 있는 회차에서 신도의 백 점 학원 중 월드 해피&피스 컴퍼니가 언급되는 엔딩을 봤을 경우 나오는 장면이 따로 존재.
으음~ 비장의 이야기니까, 가장 처음이 좋았을 것 같지만… 뭐, 어쩔 수 없네.
모처럼이니까 좀 더 자세히 자기소개 해둘까나. 기후 현에 살고 있는 1학년인 후쿠자와 레이코랍니다.
사카가미 군이랑 똑같네. 잘 부탁해~ 응, 그럼 이야기할게요.
여러분, 급작스럽지만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시는 편인가요? 사카가미 군은?
1. 마신다.
2. 마시지 않는다.
그렇구나! 대단하네. 수돗물을 마시다니 섬세함이 없구나. 생긴 거랑 똑같아~ 앗, 농담이야. 뻥이라니깐.
난 마시지 않아.
마시지 않는다고 할까, 수돗물을 컵에 부어보잖아. 그러면 컵을 빤히 봐버려.
그런 적 없어? 내 버릇이야. 그치만 뭔가 이상한 게 들어있다면 싫잖아?
있지, 단수한 뒤에는 새빨간 녹물이 나오지? 그게 피처럼 보여. 어쩌면 이 물에 피가 섞여있는 걸지도 몰라, 같은 거. 그럴 일은 있을 리가 없지만 말야.
그래도 난 수돗물을 믿지 않아.
혹시 수도꼭지 안에 바퀴벌레라던가 들어가서 지내고 있다면 어떡해? 그것도 모르고 그냥 물을 마신다거나.
가끔 물에 기름이 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마시기도 하는 걸. 그래서 어느 날, 수도꼭지를 틀어봤더니 물이랑 같이 바퀴벌레가 풍덩~ 빠져서 컵 속에서 뻐끔거리면 어떡해? 싫지? 난 엄청 싫어, 진짜로. 진짜 싫어.
난 가족이랑 자주 캠핑을 갈 일이 있어. 아빠가 캠핑을 좋아하거든.
그건 그렇고, 그런 곳은 무섭지? 불빛도 별로 없고. 화장실도 더럽고. 올빼미나 벌레 같은 것도 울고.
바람이 불면 나무가 버석버석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아무튼 무서워. 거기서 아빠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거야.
호수 주위란 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캠핑장이 있어. 큰 호수라면 무조건.
그래서 말이지, 그런 캠핑장의 물은 어떨 거라고 생각해?
지금이야 제대로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오지만 옛날에는 호수 물을 그대로 썼대. 물론 파이프로 제대로 받아들여서 정화시켰지만.
그래도 싫지, 호수의 물인걸.
그 녹색의 탁한 물이잖아. 보트도 띄우고, 다들 수영하고 있는 물이야.
누가 오줌 싼 걸지도 모르잖아. 그런 물을 마신 거야.
그런데 캠핑장이라고 해도 수돗가에는 수도꼭지가 있잖아.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평범한 수도랑 다를 게 없는걸. 그런데도 나오는 건 호수 물이야. 진짜 싫다, 그런 거.
그래서 있지, 수도꼭지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일도 자주 있대. 머리카락이라구, 사람의 머리카락.
손 같은 거 씻잖아? 그러다가 뭔가 엉켰나 싶어서 봤더니, 손에 머리카락이 엄청 감겨 있는 거야. 어어엄청.
씻어도 씻어도 좀처럼 안 떨어져. 기분 나쁘지? 진짜라니까.
아무래도 있지, 호수란 건 자살 명소로 되어 있으니까. 사람이 자주 죽는 것 같아.
호수라면 해초 같은 게 엉키잖아. 그러니까 시체가 떠오르기 어려운 거야.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점점 썩고, 물고기 밥이 되는 거지.
시체는 녹더라도 머리카락은 남아. 그래서 파이프를 통하고 머리카락만이 흘러나오는 거야.
여과를 해도 머리카락은 가늘지. 가끔 그냥 지나가고는 하는 거야.
겨우 수십 년 전만 해도 그랬다는 거 같아. 지금도 어딘가의 호수에서는 그러고 있는 거 아닐까? 호수의 물을 끌어다 쓰는 데 말이야.
싫지, 그 이야기를 듣고 울어버렸어. 캠핑장에서 물을 못 마시게 돼버려서 난리였다니까.
아빠는 농담이라며 웃었지만, 그건 분명 농담이 아닐 거야. 진짜일 거라고.
싫지, 수돗물.
어때, 사카가미 군. 지금 이야기를 듣고도 수돗물을 마실 거야?
1. 마신다.
2. 마시지 않는다.
3. 캠핑 이야기는?
에, 의외야!
사카가미 군, 그쪽에 반응하는 거야?
아니아니, 평범하게 생겼잖아.
인도어파란 느낌이지, 아웃도어파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캠핑을 좋아한다고 해서 뭐라 하는 건 아니야.
그런 건 자기 자유잖아, 꺄하하하.
그러면 사카가미 군은 캠핑 가거나 하는 거야?
나는 가족들이랑 자주 가지만,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하는 캠핑도 매 번 참가했거든.
여름에 있잖아, 서머캠프. 임간 학교라고도 하지?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고.
그리고 고등학교에도 있어. 서머 캠프. 재밌겠지?
우리 학교가 기후 현이잖아?
그러니까 옆에 나가노 현에 있는 캠핑장으로 가.
참가자는 선착순으로 150명이었던가?
4박 5일에 참가비는 2천 엔. 싸지?
요즘 같을 때에 2천 엔으로 5일 동안 캠핑시켜 주는 거야. 게다가 세끼 식사까지.
뭐, 묵는 곳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더러운 방갈로였지만.
그래도 2천 엔이면 싼 거야!
이벤트도 다양해서 캠프 파이어나 하이킹이라든가, 수영, 담력시험. 재밌겠지?
매일 잔뜩 놀면서 2천 엔!
어떻게 생각해도 갈 수밖에 없지? 신청할 수밖에 없어.
게다가 이 캠핑은 1학년 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열린 거거든. 싼 게 당연하지.
으음, 장소 말인데, 너무 대놓고 말하면 좀 그러니까 N 호수라고 해둘게.
나가노 현에 있는 N 호수. 그 근처가 말이지, 유명했거든.
우후후… 왜 유명할 것 같아?
1. 호수 자체가 유명해서.
2. 공기가 맑다.
3. 자살 명소.
아, 역시 그렇지?
맞아, 애초에 N 호수인데 호수가 안 유명하면 어쩌겠어?
그러면, 호수라고 하면 뭐일 것 같아?
1. 당연히 수영이지.
2. 보트가 좋아.
3. 무서운 이야기?
그렇지? 호수라면 수영을 해야지.
나는 수영을 잘하거든. 서머 캠프의 메인은 역시 수영 아니야?
바다는 파도가 치니까 수영하기 힘들고, 수영장은 시시한걸.
그러니까 호수가 나한테는 베스트야.
호수 안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왠지 치유된단 말이지.
그런데 N 호수는 크니까 말이야.
수영장이랑 다르게 깊고, 경계도 없고.
뭐, 다들 수영할 수 있는 장소는 정해져 있으니까, 제대로 범위는 있지만.
그 범위 안에서밖에 수영할 수 없지만, 수영장보다야 당연히 자유로워.
그 경계를 표시해 놓긴 해도, 그 표시란 게 그냥 물 위에 둥둥 떠 있을 뿐이잖아?
단순히 넘어서 나가버릴 수 있어.
의욕 넘쳐서는 선생님 시선이 안 닿는 곳에서까지 수영하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그대로 호수 밑으로 영원히 가버릴 수도 있는 거야.
사카가미 군도 있지, 호수에선 조심해서 수영해.
뭐, 그래서 행방불명된 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니까.
학교도 생각이 있는 거야. 아무도 행방불명이 되지 않게 말이지.
행방불명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 뭐였다고 생각해?
1. 다 같이 손을 잡는다.
2. 신분증을 남긴다.
3.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응, 응. 다 같이 손을… 그럴 리가 없잖아.
사카가미 군, 진지하게 대답한 거야? 진짜, 어쩔 수가 없네.
그래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단 한 명, 그 룰을 적용하려는 자식이 있었으니까.
내가 서머 캠프에 참가했을 때의 이야기야.
N 호수에 있는 수영 지도원이 진짜 싫은 인간이었거든.
N 호수 있지, 아까 말한 것처럼 범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수영할 수 있게 해.
그래서 평소에 지도원이라고 하는 경비원이 있어.
그리고 그 지도원의 지시에 따라 규칙을 지켜야 하는 거야.
그래서 시간이나 날에 따라 잘못 걸리는 날이 있어.
운이 좋으면 마음대로 수영해도 된다든가, 범위 밖으로만 나가지 말라고 상냥하게 말해주고, 간섭도 거의 안 하는 지도원이 걸리거든.
물론 그런 사람이야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도 바로 뛰어들어서 잘 대처해 주지.
지도원은 전부 남자였는데, 그런 지도원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있을 정도야.
그런데 그중에 진짜 싫은 자식이 하나 있었거든.
"그러면, 여러분들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지도할 지도원, 시라키(白木)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저를 시라키 지도원님이라고 불러주세요. 괜찮죠?"
뭔가 있지, 웃고 있긴 한데 그 웃음이 대놓고 작위적이라고 할까, 영업용인 거야.
수영복도 딱 들러붙은 거나 입고, 갑자기 쉭쉭거리면서 복싱 같은 것도 하고.
평소에는 어디선가의 초등학교에서 체육 교사를 하고 있었다고 해.
그래서 여름방학엔 N 호수에서 수영 지도원을 하는 게 연례행사래.
있지, 그런 인간한테 체육을 배워야 하는 초등학생 애들이 불쌍하다니까.
혹시 나였다면 몰래 계단에서 밀어버렸을지도.
사카가미 군, 쫄지 마. 그 정도로 징그러운 녀석이었다니까.
진짜 엄청 별로였어. 다들 싫어했다니까.
"그러면 우선 조를 나누겠습니다. 남자, 여자로 나눠서 3명씩 조를 짜세요.
알겠냐, 남자랑 여자 섞여서는 안 된다. 이성 간의 불순한 교류의 시작이 그런 거거든.
어떻게든 이성과 조를 짜고 싶은 여자들은, 나랑 같은 조인 거다.
농담이지만. 와하하하하하하!"
짜증 나지?
농담이라고 했지만 분명 농담도 아닐 거야, 그거.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이 웃고 있질 않았는걸. 엄청 재수 없는 눈빛이었어.
그래서, 가까이 있던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어.
"안녕, 미츠다 마나미(蜜田 真奈美)라고 해. 잘 부탁해. 같이 조하면 어때? 네 이름은 뭐야?"
"아, 후쿠자와 레이코야. 레이코라고 불러도 돼. 잘 부탁할게, 마나미 쨩."
"응, 레이코 쨩. 그러면 남은 한 명은…
아, 저기, 같이 조 하자. 난 미츠다 마나미야. 너는?"
"난… 노자와 토모미(野沢 知美)."
"토모미 쨩, 어둡잖아! 모처럼 캠핑인데, 좀 더 밝게 웃어야지."
"저기, 미츠다 씨. 우리 초면이고, 너무 친한 척하지 말아 줄래? 그리고 난 성으로 불러줘."
"아, 응. 그렇지, 그럼 성으로 부를게. 잘 부탁해, 노자와 씨."
"나도 잘 부탁해, 미츠다 씨."
"으음… 레이코 쨩도 성으로 부르는 게 나을까?"
"아, 나는 레이코라고 불러도 괜찮아."
"좋아, 세 명씩 조를 짰구나.
그러면 셋이서 원을 만들고 서서 손을 잡아라. 그대로 들어가서 선 채로 수영해.
그리고 10분 간 있다가 나와서 휴식이다."
하? 라는 생각 들지 않아?
솔직히 남자애들이 크게 야유까지 했는걸.
그런데 그 자식은 무시한 채 혼자 히죽거리고 있었어.
그리고 지도원 말은 들어어 하니까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나는 마나미 쨩이랑 노자와 씨하고 셋이서 손을 잡고, 물속에서 그냥 둥둥 떠다녔어.
하필 이런 인간이 담당일 때 수영하러 온 걸까 싶어서,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질 지경이었어.
결국 있지. 시라키 걔는 자기가 담당일 때 사고 같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어서 멋대로 이상한 규칙을 만든 거야.
마나미 쨩이 분위기가 별로인 걸 무마하려고 나한테 이것저것 말 걸어주긴 했지만, 나도 왠지 지쳐버려서 적당히 맞장구만 쳤어.
게다가 노자와 씨는 왠지 시라키를 엄청난 눈으로 노려보면서, 마나미 쨩 이야기는 아예 무시했거든.
한 마디도 대답을 안 하고 시라키를 노려보기만 했어.
그리고 휴식 시간이 되자마자 물에서 나가서 시라키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그 뺨을 짝 치는 거야.
시라키는 순간 뭐가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단 얼굴로 당황해 있다가, 금방 웃더니 말이지.
"이 녀석은 원, 아직도 중학생이냐? 세상 물정을 모르니까 무서운 게 없나 보네.
나는 이런 건 용서하지 않아. 한 번은 봐준다는 여유 같은 게 없다고.
처음부터 엄하게 대해야지. 어른한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기억시켜줘야 하니까."
"당신은 해고야."
"아이고, 놀래라. 어른을 갑자기 때려놓고 이번엔 해고시키는구나.
뭐 하시는 분인진 몰라도 네가 날 해고시킬 수는 없어."
"정말 그럴 것 같아? 우리 아버지가 당신 고용주라고 해도?
내 한 마디면 당신 정도는 간단히 잘려."
"하하, 그렇게 금방 엄마 아빠 찾는 게 나쁜 어린이들의 증거지.
어른의 사회란 건 계약이랑 법률로 이루어져 있는 거야.
내가 이 여름 동안 이곳의 지도원이라는 계약서가 멀쩡히 있다고.
그리고 나는 거기 쓰인 규칙을 하나도 어기지 않았지. 그러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날 해고할 수 없어.
그게 고용 계약서란 거지. 알겠냐? 건방진 녀석. 넌 규칙을 어긴 벌부터 받아야겠다."
"아, 그러셔. 당신 초등학교 교사라며. 그 학교에서 잘리는 건 어때?
당신 하는 걸 보니까 털면 먼지가 잔뜩 나오겠는걸.
어른 사회의 규칙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그 규칙에 따라 다시는 사회로 못 나오게 해 줄 수도 있어.
각오가 되어 있으면 벌줘보든가."
"뭐라고…!"
"못 하겠어? 그래, 그게 당신 대답이란 거네.
얘들아, 시라키 지도원님이 허락하셨어. 자유롭게 수영해도 된다고.
범위 밖으로 나가도, 시라키 지도원님이 스스로 책임지고 대응하시겠대. 마음대로 헤엄쳐도 좋아!"
"아니, 잠깐만, 너희… 너희들, 잠깐만 기다려!"
정말. 시라키가 허둥대는 꼴은 최고였지.
남자애들도 말이야, 일부러 범위 밖으로 사방팔방 나가서 멋대로 헤엄쳤거든.
그리고 일부러 빠진 척하면서 도와줘~ 빠진다~ 외치고 말이야.
여자애들은 여자애들대로 범위 가장자리에 서서 큰일이다~ 지도원님이 우릴 버렸어~ 모두 죽어버릴 거야~ 누군가 도와줘~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르고 말이야.
아, 진짜. 배를 잡고 웃었어.
그런데 시라키도 대단하더라.
화는 안 내고 물에 뛰어들어서, 빠진 척하는 애들을 하나씩 도와줬으니까.
막 날뛰는 애들의 목덜미를 손으로 꽉 잡아서 말이야, 얌전하게 만들어서 물가까지 데려갔어.
어라?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건 도와준 게 아니라 목을 졸라서 억지로 기절시킨 걸지도 모르겠다, 꺄하하하하.
역시 시라키는 싫은 놈이라니까.
그렇게 노자와 씨는 모두의 영웅이었어.
그 시라키한테 한 방 먹였잖아.
노자와 씨, 처음엔 좀 까칠해 보였지만 사실 멋진 사람이었던 거야. 좀 동경하게 되는걸.
그리고 시라키는 그대로 사라져버렸어.
패배자답게 조용히 사라진 거겠지.
서머 캠프라는 건 여러 기업이나 단체가 주최하는 숙박 기획이거든.
그러니까 대부분 근처 현에서 사는 애들이 모여. 거의 다들 처음 본 사이라는 거지.
나는 매 해 참가했지만 그렇게 매 번 오는 애는 별로 없어.
대부분 부모님이 억지로 참가시킨 애들이니까.
그래서 항상 보이는 애들이 별로 없는 거지.
하지만, 오히려 그러니까 새로운 친구도 만들 수 있는 거야.
마나미 쨩도 노자와 씨도 초면이었고.
그래서 그날의 저녁식사는, 모처럼이니까 셋이서 같은 테이블을 썼어.
"노자와 씨는 이 서머 캠프를 운영하는 회사의 아가씨였구나. 대단해."
"마나미 쨩, 이제 난 토모미라고 불러도 돼. 이제 서로 아는 얼굴이고. 우리는 친구잖아? 그렇지, 레이코 쨩?"
"응! 노자와 씨…가 아니라 토모미 쨩, 아까 멋졌어!"
"그래도 토모미 쨩은 아가씨였구나, 깜짝 놀랐어."
"아, 그건 거짓말이야. 우리 아빠가 그 녀석을 해고할 힘 같은 건 없어. 애초에 여길 운영하는 회사랑 전혀 관계없고. 다 거짓말이야."
"앗, 그랬구나. 토모미 쨩이 당당하길래 난 완전 속았어. 그런데 들켰다간 시라키가 복수하는 거 아니야?"
"안 들켜. 게다가 그 자식, 아까 울면서 돌아가지 않았어?"
"쉿! 누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토모미 쨩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간, 난 슬플 거야.
…그래도, 진짜 놀랐거든. 토모미 쨩의 아버지가 월드 어쩌구 컴퍼니의 사장님인가 싶었어."
"월드 어쩌구 컴퍼니? 그게 뭐야?"
"아, 몰랐어? 이 서머 캠프를 주관하는 게 그 월드 어쩌구 하는 단체야."
"그렇구나, 전혀 모르고 있었어. 컴퍼니라면 회사인 건가?"
"글쎄, 모르겠어. 그것보다 토모미 쨩.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응, 고마워. 조심할게."
그렇다 해도, 노자와 씨도 배짱 좋다고 감탄해버렸어.
나 같으면 순간적으로 그런 거짓말은 못해.
그야 시라키, 진짜 끈질긴 성격이고. 들켰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러고 보니 아까 신도 씨가 얘기해 줬던 거, 백 점을 맞게 해주는 학원이었던가?
그거, 월드 해피&피스 컴퍼니라고 했었지.
신기한 우연이네. 이름이 비슷하잖아.
아하하, 나, 그때 들었던 이름을 까먹어버렸거든.
마나미 쨩이 뭐라고 했었더라? 으음, 으으음.
월드… 월드, 으으으음, 뭐였더라.
어쩌면 신도 씨가 얘기해줬던 거랑 똑같은 곳일지도 몰라.
그런 거라면 재미있네.
지구가 그 어쩌구 회사한테 지배당하는 거 아냐?
아니, 외계인이랑 싸우는 단체였던가?
둘 다 웃기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꺄하하하!
그래서 다음 날, 마나미 쨩이 권유해서 우리는 또 수영하러 갔어.
고작 하루인데 이상한 연대감이 생겨버렸다고 할까, 왠지 옛날부터 친구였던 거 같은 분위기가 생기는 거 있지.
물론 노자와 씨도 말이야.
그래서 셋이서 수영하러 가는 게 두근거리더라고.
그야 평범하게 생각하면, 시라키가 거기 있을 거 아냐.
실제로는 노자와 씨의 아빠는 여기랑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아무 일도 없었고.
어제는 그렇게 도망쳤지만 오늘은 평범하게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있지… 없었어. 역시 그만둬버린 거야.
것도 그렇겠지. 중학생 여자애한테 그렇게 당하면 부끄러워서 있을 수가 없을 거야.
뭔가 있지, 수영하러 온 애들도 어제보다 많았던 거 같아.
그래서, 마나미 쨩이 이끌어서 우리는 수영하러 뛰어들었지.
진짜 최고였어. 셋이서 서로 물 튀기면서, 엄청 신나게 놀았지.
그러다가 갑자기 마나미 쨩이 이렇게 말한 거야.
"있지, 이대로 셋이서 범위 밖으로 가보지 않을래?"
"응? 그래도, 범위 밖으로 벗어나가는 건 규칙을 어기는 거야."
"노자와 씨, 설마 무서운 건 아니지? 어제의 용기는 진짜였잖아?"
"딱히 무서운 건 아니야. 좋아, 수영에는 자신 있으니까. 멀리 가보자.
레이코 쨩도 갈 거지?"
"응. 둘이 간다면 따라갈게."
"…꽤 멀리까지 와버렸네. 이제 애들이 아예 안 보여."
"응, 그러게. …이제 돌아가지 않을래?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고… 힉!"
"왜 그래, 토모미 쨩."
"아… 뭔가 발에 스친 것 같아."
"물고기일 거야. N 호수 안쪽엔 물고기가 많은 것 같았으니까."
"아, 또 스쳤어."
"좋겠다, 토모미 쨩. 물고기들이 좋아하나 봐."
"뭔가 기분 나빠. 이제 돌아가자. 앗!"
"또 물고기?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괜찮아. 토모미 쨩은 영웅인걸."
"아니야! 물고기가 아니야. 뭔가에 발목을 잡혔다고!"
"응, 그거 수초일 거야. N 호수에는 그런 게 많이 자라. 더 안쪽에는 수면 가까이까지 수초가 자라 있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보트에 타서 노를 젓다보면, 노에 해초가 많이 얽히기도 한대."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건 손이야. 손이 내 발목을 잡으려 했어!"
"흐응. 그러고 보니 N 호수는 자살 명소로 유명해.
저쪽 벼랑에서 떨어지면, 호수 바닥에서 잔뜩 자라고 있는 수초에 몸이 묶여서 사체가 떠오르지 않아.
그러니까, N 호수의 바닥에는 사체가 몇 구나 굴러다닌대.
그래서 그 사체는 지박령이 되어 이 호수에 새로운 희생자를 끌어들이려 하는 거지.
토모미 쨩, 어쩌면 지박령이 노리는 걸지도 몰라."
"무서운 얘기 좀 하지 마. 가자… 으앗!"
"정말, 왜 그래. 토모미 쨩. 이런 곳에서 빠진 척은 안 해도 돼.
이제 시라키 지도원도 없고, 빠지는 척 같은 걸 해도 아무러 구하러 오지 않아.
이런 곳에서 빠졌다간 아무도 못 보는 걸.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상하게도 지도원이 없었네. 무슨 일일까?
왜 없는 걸까? 이상하네, 토모미 쨩."
"도… 도와줘, 빠질 것 같아! 도와줘! 레이코 쨔…!"
"토모미 쨩!"
"안 돼, 레이코 쨩! 너까지 지박령의 먹이가 되어버리니까!
노자와 씨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야. 이건 노자와 씨의 운명이니까 손을 대면 안 돼!"
"…마나미… 쨩."
"사… 살려…"
노자와 씨는 금방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어.
마나미 쨩이 강하게 잡고 있는 탓에, 난 움직일 수가 없었어.
게다가 마나미 쨩의 눈, 정말 무서웠거든.
노려보는 그런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뚫어본다고 할지, 읽어낸다고 할지.
그런 묘한 눈이었으니까.
게다가 나, 노자와 씨를 구해주려고 순간 잠수했을 때 봐버렸어.
호수 안에서 산소 탱크를 등에 멘 누군가가 노자와 씨의 다리를 잡고 물속으로 끌고 가는 걸.
뭔가, 수영모랑 반바지가 익숙한 것 같기도 했지만 내 착각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마나미 쨩…이 아니라 호수 밑의 지박령한테 죽을 것 같았으니까.
"이제 점심이고, 돌아갈까.
그러고 보니 노자와 씨는 오늘 아침에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같아."
"응?"
"노자와 씨는, 오늘 아침에 집으로 갔어."
"…………."
"다시 한 번 말할게.
노자와 씨는, 오늘 아침에 집으로 갔어.
자, 레이코 쨩도 말해봐."
"…노자와 씨는… 오늘 아침에… 집으로 갔어."
"그래! 맞아. 잘했어.
자, 돌아갈까. 나 배가 너무 고픈걸. 역시 이런 곳까지 수영하니까 배고파지네!
오늘 점심은 뭘까. 카레였으면 좋겠다. 나, N 호수의 카레를 정말 좋아하거든. 우후후."
노자와 씨의 짐은 어느샌가 정리되어 있었어.
정말, 진짜로 돌아가버린 것처럼.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또 그 시라키가 지도원으로 있는 거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단 거처럼, 평범하게 일했어.
아니, 원래보다 더 활기찰 정도로.
나 있지, 역시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했어.
그래도 난 무서운 거엔 익숙해지는 편이야.
그러니까 마나미 쨩이랑도 사이좋은 척하면서 어울리고 있어.
노자와 씨의 뭐가 마나미 쨩의 심기에 거슬린 건지, 화를 내게 한 건지는 몰라.
그래도 마나미 쨩이랑 시라키는 뒤에서 뭔가 연결되어 있었던 거겠지.
그러면 노자와 씨가 마나미 쨩을 화나게 한 이유도 확실하고.
뭐, 나는 경찰도 탐정도 아니니까 진실을 알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걸 증명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사실은 내가 꿈을 꾼 것뿐이고, 노자와 씨는 정말로 집에 돌아간 걸지도 모르잖아. 꺄하하.
이걸로 내 이야기는 끝.
사카가미 군도 캠핑할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ED119. 호수 바닥의 지박령(湖底の地縛嶺)
'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 점 학원(82번 엔딩) (0) | 2023.06.07 |
---|---|
아라이 통상 19번 엔딩 (0) | 2023.06.04 |
백 점 학원(80번 엔딩) (0) | 2023.06.02 |
광기산맥(145번 엔딩) (0) | 2023.05.31 |
저주받은 구교사(142번 엔딩) (0) | 2020.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