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백 점 학원의 초능력 분기로 진입한 이후, 고토가 분배한 종이컵 안의 액체를 오오쿠라와 칸다가 마셨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 [2. 마시지 않았다.]를 선택한 후를 서술. 이전 전개는 여기를 참고.
(…)
그러고 우리 앞에 미지근한 액체가 담긴 종이컵이 배부되었어. 아무래도 아까 팔에 바른 액체랑 똑같은 거 같다고 생각했지.
"이건 전해질(물 등의 용매에 녹아서 이온을 형성하고 전기를 통하게 하는 물질)이 많이 포함된, 학원 특제 허브티랍니다. 여러분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높여줄 거예요! 자, 어서들 드세요."
다 말하기도 전에 우리 말고 딴 애들은 전부, 그 미심쩍은 액체를 다 마셔버렸어. 난 오오쿠라랑 칸다의 눈치를 슬쩍 봤지.
걔네가 어쨌을 거라고 생각해?
1. 마셨다.
2. 마시지 않는다.
어, 맞아. 마시지 않았지, 오오쿠라는. 그 녀석이 옆에 앉아있던 칸다의 컵에 지 몫을 부었거든.
칸다는 좀 억지로 몰아붙이면 무르게 구는 점이 있어.
고토가 눈치채면 귀찮아질 거라고도 생각했겠지. 잠자코 그걸 혼자서 마시더라.
그 때 난 고토가 칸다 쪽을 곁눈질로 본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 고토 녀석, 절대로 그걸 눈치챘을 텐데 못 본 척하며 그대로 있었다니까.
그게 신경쓰여갖고 난 자신의 몫은 마시기로 했지.
맘 먹고 한 입 마셨더니, 모래를 마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목구멍이 퍼석했어. 끈덕진 국물이 위로 흘러들어갔지. 침을 삼켜봐도 목이 계속 끈적거려서 세제마냥 쓴 맛이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은 마시기 전보다 상쾌해졌어.
학교의 일이라던가, 대회의 일이라던가, 이 학원에 대한 불신감이나, 그런 잡념들이 어딘가로 사라져버려서 고토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더 또렷하게 들렸거든.
다음에 고토는 주사위를 꺼냈어. 자주 보는 주사위라고 하면 1부터 6까지 있는 정방형인 그런 걸 생각하겠지만, 학원에서 내놓은 것은 그것보다 숫자가 2개 많은 팔면체 주사위였지.
사카가미는 팔면체 주사위 본 적 있어? 한 면씩 삼각형이어서, 그게 마름모꼴의 형태처럼 합쳐져 있어.
그냥 주사위인데도 모습이 다른 것만으로 친숙함이 없지, 기묘한 아이템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상했어.
"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숨긴 채로 주사위를 굴릴 테니까요, 여러분은 스스로와 같은 번호가 나왔다고 생각되면 자기 이름을 대주세요. 괜찮지요? 후후후. 마침 8명이 모였으니, 오늘부터는 "남겨진 사람" 없음이네요."
고토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컵 안에서 주사위를 굴렸어.
그러자 칸다가 바로 손을 드는 거야. 고토가 종이컵을 들어올리니 주사위의 번호는 6. 칸다의 번호는… 6번.
다른 애들은 술렁거리고 있었지만 칸다는 어째서 자기가 그렇게 행동해버렸는지 모르는 눈치였어.
고토는 바로 주사위를 계속 굴리기 시작해.
그런데 묘하게도 칸다가 손을 들고 있으면 주사위는 언제까지도 6번을 나타냈어.
점점 칸다의 안색이 나빠져갔지.
"호오, 멋지군…! 투시만이 아니라 염동력까지. 6번은 이런 재능에 축복받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선생, 난… 내 의지로 손을 들은 게 아니야. 손이 멋대로 움직여."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감각은 각성시에 자주 있는 착각이랍니다.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니에요. 그치만 곤란한데요? 6번의 힘이 너무 강해서, 이래서는 다른 학생들의 실험이 불가능하지요. 마지막으로 실력 테스트를 하고 오늘의 수업은 끝냅시다. 6번은 자리에 남으세요."
실력 테스트의 내용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아.
있던 건 정신없이 복잡한 도형이나, 어딘가의 지도나, 기호를 때려박듯이 써놓은 기록 뿐이었지.
지금 생각하면 거거서 받은 건 그저 수학 테스트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만….
그때는 무슨 의문도 못 가졌었어. 그저 그 차를 마시는 거에 들떠있었거든.
그로부터 매주, 난 그 학원에 계속 다녔어.
그런 걸 반복하는 것만으로 시험의 점수가 오르다니 믿기는 어렵다만, 나는 대회에 나가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칸다는 다른 수업을 받게 된 것 같아서, 학원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없어졌어. 학교에서 이유를 물어봐도 학원의 규칙 때문에 대답할 수 없어, 라는 대답만이었고.
그때부터 칸다는 멍하니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
오오쿠라는 첫 회 수업 이후로 오지 않게 됐지. 그런데 학원 뿐이 아니야, 학교에도.
오오쿠라가 말하기로는 그 반 애들이 죄다 이상하단 거야. 그 자식, 부모한테 졸라서 전학가기로 했다니까.
나한테도 오오쿠라가 당장 그 학원을 그만두는 게 좋다는 메일도 보냈어.
묘하다고는 생각했으니까, 자세히 물어보려고 해도 답장은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는 오히려 오오쿠라가 이상하다 싶으니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지.
그리고 시험 당일… 난 지금까지의 학원에서의 수업을 떠올리며, 집중하며 답안지를 쳐다봤어.
1번, 계산 문제.
짚이는 공식이 하나도 생각 안 나. 1번부터 이런 거냐! 아, 무리다. 다음.
2번, 서술형….
뭐야 이게. 요시오 군은 왜 연못을 몇 바퀴고 돌고 있는 거야?
요코는 왜 자전거는 안 타고 기다려갖고 왜 추월당한 건데? 타카시도 좀 걷지 말고 달리지 그러냐. 다음.
3번, 또 서술형….
이번엔 요코밖에 안 나와. 요시오는 어떻게 된 건데? 연못에 두고 왔냐?
게다가 이 문제, 쓰는 칸이 너무 넓지 않아? 이렇게까지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연못 그림이라도 그려야 되나? 다음.
문제를 읽으면 읽을수록 싫은 예감에 땀이 나기 시작했어. 낙제점을 피하긴 커녕 1점도 못 맞는 거 아니야? 싶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뭐라도 맞추려고 내가 객관식을 풀려고 했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오른손이 혼자 움직여서 답안지에 숫자를 써넣기 시작한 거야.
아무 망설임도 없이 슥슥, 내 오른손은 답안용지의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
난 순간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난 오른손잡이니까 왼손의 힘을 꽉 줘도 풀리고 말아.
오른손에 힘을 줘서 움직이지 않게도 해봤는데 생각대로 안 됐고.
몸이 오작동을 일으킨 탓에 움직임이 뒤죽박죽이더라… 그냥 꽉 연필을 붙잡고 있었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초조해하던 중에 시험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
그러자 내 오른손의 힘이 풀려서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됐어….
답안지가 회수된 뒤에도, 뭐가 일어난 건지 모른 채 난 멍청히 자리에 앉아 있었어. 칸다도 다를 것 없는 상태였지.
그 날, 원래 학원 가는 날이 아니었지만 나와 칸다는 고토에게 들리기로 했어.
그 자식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지.
"그거야 오토 마티슴이란 거지요. 일본어로 말하자면 자동 필기랍니다. 뇌를 각성시킴으로서 당신들 안에 잠들어 있던 무의식 하의 계산 능력이 개화하여, 6번이나 8번의 의식의 틈을 비집고 표출된 거예요. 이야아, 대단해라, 대단해… 실험이 잘 되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되네요."
솔직히 고토의 설명은 알아먹기에 미묘했어. 이해한 건 이렇게 된 것도 고토의 계획에 의한 것 뿐이란 거.
게다가 이제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거든. 다음 날 발표된 시험 결과가, 믿기 어렵게도 정말로 만점이었어.
학교가 놀랐다니까. 그야 그랬겠지. 낙제점 뿐이던 내가 갑자기 만점이라니.
난 컨닝을 의심받을 줄 알았는데, 요시다의 말로는 우리 학교 시험은 교과서를 외웠다고 해서 쉽게 풀 문제도 아니란 거야. 사전 준비가 불가능하대나.
우리 자리는 떨어져 있었으니까 답안지를 베꼈다는 것도 무리야. 딱히 의심할 점이 없으니까 꼰대들은 그냥 감탄한 것 같다만.
난 이 결과에 완전 만족해서, 시험이 끝나도 학원에 다니는 걸 계속하기로 했어.
내 스스로가 사람과는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완전히 들떠버린 거지.
그런데 내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
일단 글자가 안 읽혀. 항상 그런 건 아닌데, 문득 순간적으로 써져있는 게 무슨 의미인 건지 상상도 안 갈 정도로 안 읽혀.
수업에 대해서도, 「개(犬)」라던가, 「책(本)」이라던가, 그런 간단한 한자여도 바로 막히는 거야.
역시 신도는 바보라면서 놀림받아갖고 좋은 웃음감이 됐다니까.
그리고 시험 외의 때에도 내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여.
전혀 습관이 아니었던 일기를 쓰거나, 상점에 놓여있던 음식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어도, 정신차리면 오른손에 쥐고 있는 거야.
이런 일이 있어도, 내가 학원을 계속 다녔다고 생각해?
1. 학원을 그만두었다.
2. 학원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래. 그래도 난 학원을 다니는 걸 그만두지 않았어. 그 기묘한 상태에 익숙해진 것도 있었지만, 뭣보다 인간을 넘어선 능력이 아까웠거든.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싱부 대회의 당일이었어.
1회전에서의 내 상대는 이웃 학교의 복싱부 주장, 오니지마 타케시였지. 작년 대회에서 내가 져버린 적이 있는 상대야.
징이 울리고 잠깐 동안의 대치 후, 난 완벽한 페인트로 오니지마에게 오른쪽 훅을 먹여줬지.
오니지마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어. 이른바 녹아웃이란 거지.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하고 이제 잠깐이면 KO승이 될 터에, 다시 내 오른손은 혼자서 움직이기 시작해.
난 쓰러져 있는 오니지마 위에 올라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얼굴에 주먹을 박아넣은 거야.
심판이 말리러 들어왔지만, 나도 제어하지 못하는 주먹이 심판의 주의를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난 주먹이 부서져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오니지마를 계속 때렸어.
쓰러진 상대를 때리는 일은 복싱에선 반칙 행위야. 굳이 이런 거 아녀도 그렇게 인간을 때리면 살인미수일걸.
오니지마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서는 기절해버렸지.
동아리 애들한테 붙잡히면서, 큰 야유 속에서 나의 고등학교 마지막의 대회는 끝났어.
난 분하다던가, 슬프다던가… 그런 기분보다는 무섭다는 감정이 몰려왔어.
이대로면 나는, 이 오른손은 언젠가 사람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느꼈거든.
오니지마를 때린 감각은 확실히 오른손에 전해지는데도, 마치 별개의 생물같은 느낌이었어.
난 대회가 끝난대로 학원이 있는 빌딩으로 향했어.
의지할 수 있는 건 고토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내가 한 생각이었는지도 의심스러워.
그게, 어째서 가장 먼저 고토를 떠올렸는지, 거기서 어떻게 해서 그 학원으로 향했는지… 난 하나도 대답할 수가 없어. 전부 기억 안 나.
정신차렸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 안이었어. 내 오른손이 어느샌가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그건 지하 1층으로 향하는 버튼이었지.
한 번도 발을 들여본 적 없는 장소야… 아니, 그 전에 이 빌딩에 지하가 있다는 기억이 내겐 없어.
지하 버튼의 존재도 그 때 처음으로 인식했다니까.
나는 놀라서 급하게 왼손으로 6층을 눌렀다만… 늦었어.
엘리베이터는 움직였지.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내려가.
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같은 기분이었어.
평소에는 엘리베이터가 열리기를 재촉하면서 기다렸던 게, 그 때만큼은 영원히 열리지 말아줘! 하고 빌었어.
그치만 그런 내 기분도 몰라주고 엘리베이터 문은 기계적으로 열렸지.
눈 앞에 있던 건 하얗고 긴 복도였어. 갈림길은 없고 막다른 골목에 철제 문이 있을 뿐인.
변함없이 어떤 층이든 대충 만들어져있지? 그런데 그 층만은 왠지 스산한 공기였어.
결벽한 하얀색이 공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싫은 예감이 드는 게… 여기는 사람이 들리기 좋은 장소가 아니야.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 나는 닫힘 버튼을 누르려 했어.
그런데 오른손은 내 의식을 뿌리치고 닫히는 문에 손을 끼워넣으려는 거야.
난 마지못해 그 복도에 내리기로 하고, 빠르게 그 철문으로 걸어갔어.
내가 빨리 움직이려던 게 아니야, 오히려 싫은 예감만 엄청 들어서 기분이 안 내켰다고.
그런데 오른손의 기세에 이끌려서 걸어가갖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버린 거야. 기분 나빴는데 오른손의 기세에 이끌려 걸어가갖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버린 거라니까. 오른손 하나로 사람은 이렇게까지 컨트롤 당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문 앞까지 가니까 내 오른손이 이젠 아주 지맘대로 문을 열었어.
거긴 TV드라마에서 볼 법한 병원의 수술실이 있었어.
쇳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시큼한 냄새가 가득 차서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내 오른손이 슬쩍 입가를 막았어.
안에는 백의를 입은 사람이 몇 명, 그 중에 고토 자식도 있었어.
그리고 수술대에 묶여있는 사람이 한 명… 칸다.
"선생님… 이건… 대체…?"
칸다는 약이라도 먹었는지 꽤 몽롱한 상태였어.
고토의 검은 손이, 꼼짝도 못하는 칸다의 오른팔을 살짝 쓰다듬었지.
"6번이 오른팔을 어떻게든 해달라고 말하길래, 저는 그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고토는 얼굴을 반 쯤 덮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만, 큭큭 즐거운 듯이 웃고 있다는 걸 소리로 바로 알았어.
"자신의 의식에서 벗어나 팔이 움직이는 것을 에일리언 핸드 증후군(외계인 손 증후군)이라고 하지요. 로보토미 시술의 후유증 중 하나로도 있고, 예부터 있는 질환 중에 하나랍니다. 스스로의 팔이 마치 미지의 생물처럼 이해되지 않는 활동을 일으키니까, 그런 이름이 붙어있지만요… 이 이름은 비유 표현만은 아니군요. 에일리언 핸드 증후군의 원인은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좌우 뇌를 연결시키는 뇌량이 모종의 방법으로 절단당하여, 우뇌와 좌뇌가 컨트롤을 놔두고 다투기 시작해서 일어난다, 라는 것이지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나요? 단 하나의, 교신만 끊길 뿐으로 좌뇌와 우뇌는 서로를 타인으로 인식하여 다른 생물로써 활동을 시작한답니다. 「세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본래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다른 생물이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우뇌는 원래 지구에 서식하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좌뇌는 지구 외의 생명체, 여러분이 우주인이라고 부르는 것 말입니다! 인류의 번식력에 기대해서인지, 아니라면 지구 환경에서의 면역력 획득 목적인지. 어떠한 이유에 의해 우주인은 인간과의 공생을 선택한 것이지요. 우리들은 지구의 과학을 발전시켜, 인간의 보다 좋은, 행복한 미래 획득을 위해 우리들의 뇌에 잠든 그 지구 밖의 생명체와의 컨택을 취할 방법이 없을까, 연구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을 자안해낸 것이지요. 그 허브티에는 전해질 외에, 뇌량의 활동을 억제하는 호르몬 물질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강제적으로 뇌에 잠들어 있는 지구 밖의 생명체를 깨워낼 수가 있지요. 다만, 부작용으로서 그 허브티를 과다 섭취했을 경우, 호르몬의 부작용으로 뇌량이 한 시간 내에 괴사하여 생명 활동이 정지됩니다."
난 그걸 듣고 첫 강의에서 있던 일을 떠올려냈어. 오오쿠라가 칸다에게 자신의 차를 마시게 한 때의 일을.
역시 고토는 그 때 그걸 눈치챘지만 일부러 내버려둔 거야.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래서 놔둔 건가?
어느 쪽이든 악마같은 놈이야, 그 자식은. 학생들을 써먹기 좋은 실험체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6번, 당신은 달랐다. 당신의 뇌는 인류에서도 최고의 진화를 이루고 있어,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분리되어도 활동이 가능한 것 같군요. 우리들은 당신의 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능을, 뇌량과 우뇌를 분리해냈답니다. 당신의 좌뇌라면 독립하여 활동하고, 지구 외의 생명체로서의 정신을 얻는 것은 아닐까, 그 기대에 의한 선택이지요! 그렇지만요? 실험은 실패로 끝났답니다. 6번… 당신의 정신은 지구 밖의 생명체를 침식해버렸어요. 암세포마냥 당신의 자아가 증식해서 좌뇌를 침범하고, 그의 자아를 쫓아내버렸다. 이래서는 지구 밖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던 기억의 데이터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하잖습니까? 뭐 아무튼 매우 유감입니다만… 당신이 살기 싫어하는 일이 유감스럽다고요."
고토는 그렇게 말하고, 메스의 몇 배는 큰 칼을 칸다의 목에 들이밀었어.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이걸로 당신의 몸은 움직임이 멈추겠지요?"
그리고 생선 머리라도 잘라내듯이 단번에 칼을 내리치더라고.
…내가 목격한 건 거기까지야. 오른손이 문을 닫았거든.
난 단번에 그곳에서 도망쳤어. 칸다는 그대로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그 학원에는 완전히 가지 않아.
오른손은 어떻게 됐냐니? 차를 안 마시니까 얌전해지던데.
분명 오른손이 나를 그 자리에 데려간 건, 우주인도 나랑 분리되는 게 좋았던 거 아닐까 싶더라.
다만, 나와 그 우주인은 필적이 마치 다른 사람같아서, 썼던 게 마치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려서……. 다시 쓰는 데 고생이 많아.
그래도 살아있지. 나는 그 녀석이랑 살아가고 있어. 난 그걸로 충분해.
야, 너 말이지. 아까부터 남의 일 같은 얼굴하고 있잖아. 너도 똑같다니까. 네 안에도 그 녀석은 분명 있어.
그러니까… 어… 혹시, 네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인다면 그건 경고야. 꼭 말을 들어. 칸다처럼 안 되고 싶으면 그게 좋아.
오른손을 따르면서 살아. 틀린 것 같아도 거스르지 마. 니네는 운명 공동체야. 알았지?
(사카가미)
신도 씨가 말한 게 진짜라면, 우리 뇌는 반이 외계인의 것이란 게 된다.
그런 걸 믿을 리가 없지만… 앞에서 한 카자마 씨의 콧쿠리상이 생각난다. 그 때 멋대로 동전이 움직인 건, 혹시…?
ED079. 오른손의 이웃(右手の隣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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