鳴神学園 新聞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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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 5. 27. 05:35

시나리오 진입 조건 이와시타의 이야기를 임의로 들은 이후 아라이를 선택. 선택지에서 [1. 정말로 추우니까.]로 진행하면 진입.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2학년 B반의 아라이 쇼지라고 합니다. 모쪼록 잘 알아주세요.
그런데 여러분은 괴담을 좋아하십니까? 좀 궁금해서요.
 
저는 히노 씨한테서 부탁을 받아 이 모임에 참가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어떤가요. 스스로 원해서 참가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상당히 좋아하시겠군요, 무서운 이야기를.
 
무서운 이야기를 취미로 삼는 분들은 많이 있으니까요.
뭐, 저는 그게 나쁜 취미라고는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취미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에요.
십인십색의 취미가 있는 거고, 그 취향은 천차만별이니까요.
 
이런? 사카가미 군…… 이라고 했었죠. 당신 혹시 떨고 있습니까?
혹시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나요? 저는 아직 무서운 이야기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떨고 있다니.
춥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6월이니까요. 밖이 금방 비가 올 것마냥 흐리긴 하지만, 떨 정도로 춥진 않죠.
왜 떨고 있습니까?
 
1. 정말로 추우니까.
2. 너무 무서워서.
3. 딱히 떨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창문도 닫힌 방 안에서 그렇게 추위를 느낄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오히려 습한 열기에 무더울 정도 아닙니까?
여기에 계신 분들을 보세요. 얼굴에 땀을 흘리기까지 하잖아요.
 
사카가미 군만이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한기를 느낀단 겁니까.
어쩌면, 이미 이 방에는 많은 령이 모여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령이 가까이 있으면 온도가 내려간다는 건 이미 정설이니까요.
 
일곱 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모였을 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요, 히히히…….
그러면, 그중 하나가 될 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사카가미 군은 자신의 그림자에 신경 써본 적이 있습니까?

 

그림자요.
빛을 받았을 때, 반드시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겁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자를 보는 걸 좋아했어서요.
공원에서 해가 질 때까지 제 그림자를 본 적도 있습니다.
햇빛을 쬐이는 각도나 강함에 따라 그림자가 조금씩 변화하는 게 즐거웠죠.
 
나로부터 나온 것인데도 나와는 다르다.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진해지거나, 연해지거나…….
그게 신기해서 언제까지고 보고 있고 싶은 기분이 되는 겁니다.
 
아무래도 요즘에야 해가 질 때까지 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런 저를 끌어당긴 것인지, 이 학교에는 '그림자 사나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할 것은 그 '그림자 사나이'의 이야기입니다.
예, 제가 만났거든요. '그림자 사나이'를…….
 
1학년 때 전 축구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의외인가요?
……됐어요, 저도 알고 있으니까.
딱히 잘한 것도 아니에요. 그저 좋아해서 한 것일 뿐입니다.
 
선배들도 그런 시선으로 절 쳐다봤어요.
"어째서 저런 놈이 우리 동아리에 있는 걸까"라고요.
……뭐, 그런 건 이미 감수하고 입부한 것이니까 신경 쓰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사람과 어울리는 게 서툴렀습니다.
자신의 기분을 전하는 게 어려웠거든요.
옛날엔 노력했었지만, 어느샌가부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더군요.
 
원래부터 오해받기 쉬운 성격이었지만, 체념하고 나서는 오해를 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에 입학해도, 축구부에 들어가도, 친구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죠.
 
……같은 축구부의 동급생 중, 니이야마 군이라는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와 비슷한 정도의 체형이었고, 저와 비슷한 수준의 축구 실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그는 언제나 웃고 있고, 강아지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밝고, 활발하고…….
항상 사람들의 중심에 있는 듯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와 그는 주위에 풍기는 분위기조차 달랐습니다.
공기에 색이 있다면, 그의 주변은 분명 붉은색이나 주황색 같이 따뜻한 색이었겠죠.
 
그러나 저는 분명 차가운 색조차도 아니었을 겁니다.
탁한 검은색이겠죠. 어둡고, 습하고, 질척하고, 더러운 색깔이요.
 
사람은 모두 달라요. 그거야 당연합니다만.
그래도 그것이 당연하다면, 어째서 신께서는 질투나 선망이란 것을 주신 걸까요.
어째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조차 주시지 않냐는 겁니다.
 
……그래요. 저는 그를 질투했습니다.
정말 일방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감정이었어요.
진심으로, 싫어질 정도로…….
 
축구의 경험도, 기술도, 연습량도, 저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데도 항상 사람들은 니이야마 군을 선택합니다.
 
입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조건은 니이야마 군과 제가 비슷했을 텐데도 니이야마 군의 이름이 먼저 기억되고, 신뢰를 얻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가 인기를 모을수록, 제 안의 부정적인 감정은 계속 짙어져만 갔죠.
차라리 그가 날 매몰차게 대했다면, 저도 그를 마음껏 미워하고, 업신여기고, 나의 더러운 감정을 풀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는, 멋대로 사람을 시기하고 있는 이런 저조차 평범하게 대해줬어요.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멀리 있는 저를 많이 신경 써줬죠.
 
언제나 혼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저에게 조를 짜자고 말해주거나, 모두 활동이 끝난 후 식사를 하러 갈 때도, 항상 저에게 말을 걸어줬습니다.
 
"아라이 군도 같이 가자."라고, 항상 웃으면서.
 
그렇지만 그런 그를 볼 때마다, 기쁜 반면에 저는 더더욱 그를 시기했습니다.
총애를 받고 있는 니이야마 군 자신을 제게 보이고자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천천히 타는 듯했습니다.
 
"……고마워. 그런데 숙제가 있어서."
"그래? 아라이 군은 바쁘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는 반대로 뛰어가며, 제게 손을 흔듭니다.
 
"아라이 군도 다음엔 와주라. 가끔은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모두를 대할 때와 같은 웃음으로 제게 웃어주는 거 ㅂ니다.
……그때의 제 참담한 기분을 당신은 알 수 없겠죠.
분명 당신도,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까…….

 

모두가 웃고 떠드는 소리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자면, 땅바닥이 일그러져 걷기 힘든 것 같고, 어둠이 저를 덮치는 것 같은, 그런 착각까지 느껴집니다.
 
분명 지금쯤은 모두 밝은 곳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겠죠.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은 멀찍이 가로등만이 보이는, 어둡고 무섭도록 조용한 길이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다른 거지, 라고 생각이 들면 숨이 콱 막힙니다.
숙제 같은 게 없었어도 분명 가지 않았을 거예요.
저 같은 음침한 사람이 가봤자, 분위기를 흐릴 뿐이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거기까지 알고 있어도 저는 그런 자신이 싫었습니다.
 
어쩌다가 모두의 기분을 망칠 법한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요.
전 그런 걸 바란 기억은 없는데.
그런데 어느샌가 그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니이야마 군과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어째서 비슷한 실력인데도 그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전 그렇지 않은 걸까요.
전 가증스러울 정도로 니이야마 군이 부러웠습니다.
 
그런 추악한 고민은, 부모님에게도, 겨우 사귄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만이 이렇게 더러운 저를 알고 있었어요.
이건 언제까지고 떨어지지 않았고, 저한테 딱 달라붙어서 자기혐오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검은 그림자처럼.
 
저의 그림자는 니이야마 군이라는 빛의 존재에 의해, 한층 농도가 짙어져 갔습니다.
 

 

 

6월의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평소의 활동이 아닌, 동아리 전체의 미팅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축구부는 매 년 여름에 1학년의 멤버 배정을 합니다.
1학년 중에서 1군과 그 보결, 2군이라는 세 부류로 나뉘고, 그에 따른 합숙의 일정도 각각 달라진단 거였죠.
1군에 들어가는 것은 대개 체육 특기로 나루카미에 입학한 듯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 밖에는 당연히 2군, 운이 좋으면 1군 보결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긴장했습니다.
……어리석죠? 1군에 들어갈 리는 없고, 스스로는 2군의 실력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1군 보결에 겨우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한 겁니다. 전 의젓하지가 못한 인간이에요.
 
사실은 1군 보결에 들어가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어차피 2군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런 주제에 직접 상황이 닥칠 땐 체념도 못한 채, 1군 보결에 자신의 이름이 들길 바라고…….
정말 추잡한 인간이죠, 예.
 
옆의 니이야마 군은 심하게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친구가 붙임성 좋게 말을 걸었죠.
 
"멍청아, 뭘 긴장하는 거야. 네가 1군 보결이면 우리 죄다 보결이게!"
"그, 그치! 난 잘 못하고……. 그렇지만 열심히 해왔으니까, 이 정도 기대는 괜찮잖아!"
 
그 말에 전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노력한 건 저도 똑같아요.
그렇지만 그 정도의 실력에, 1군 보결을 기대하다니 그저 멍청이죠.
저는 절대로 1군 보결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니이야마 군은 그런 자신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게 너무 미웠습니다.
 
"……아라이 군,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아니."
"아, 긴장했어?"
 
놀리는 듯한 니이야마 군의 말에, 순간 머리에 피가 쏠렸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걸 참았죠.
 
"……안 했어."
"그래? 대단하다. 난 지금 심장이 엄청 두근거려."
 
그렇게 말하며 웃는 니이야마 군보다 제 쪽이 두근거렸을 겁니다. 절대로.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런 말을 하는 건 싫었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니이야마 군이 싫었습니다.
 
그리고, 고문 선생님이 부실로 들어왔습니다.
2, 3학년의 스타팅 멤버, 보결이 발표되고 1학년의 차례였습니다.
 
역시 당연하게도 1군은 모두의 예상대로였고, 문제의 1군 보결이 발표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니이야마 군은 진정하지 못한 듯 안절부절못했고, 친구가 놀려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죠. 전 평소대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50음순으로 발표되는 거였으니, 제 이름이 처음에 불리지 않는다면 진작에 끝난 것이죠.
 
*우리나라의 '가나다순'에 대응하는 정렬 방식. 히라가나 50음순은 '아'부터 시작한다.
 
괜히 긴장하지 않아도 됐었지만, 역시 이름이 불리지 않았을 때는 힘이 빠졌습니다.
 
"카사이, 시마, 타치가와, 니이야마……."
"어!?"
 
제 옆에서 큰 소리가 나, 고문 선생님은 니이야마 군을 힐끗 노려보았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1군 보결의 7명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이상.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엔 실험 삼아 윗 군으로 넣어본 녀석도 있어. 그렇게 투입됐을 때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고 싶거든. 내 말은 여기까지다. 그럼, 해산."
 
고문 선생님이 부실을 나가자, 모두가 제각각 소란스러워졌어요.
제 옆은 일제히 시끄러워졌고, 그게 불쾌해서 전 부실을 나왔습니다.

 

굴러 나온 축구공이 제 시야의 가장자리를 지나갔고, 치워야 하니 전 그것을 쫓았습니다.
 
공은 절 이끌듯이 구교사로 굴러갔습니다. 전 멈춰 있는 공을 잡으려 허리를 굽혔죠.

 

문득 고개를 들자, 구교사의 벽에 제 긴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일어서지 못하고, 길게 뻗어 있는 그걸 쳐다보자, 이상하게도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저는 아침 훈련도, 저녁 훈련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죠. 권유도 거절하고, 그저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축구를 계속했습니다.
 
그래도 난 선택받지 못했어.
항상 선택받는 건 니이야마 군이었어.
 
실력은 같을 텐데, 뭐가 달랐던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한심하게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생각이, 난 그보다 뒤처졌단 생각이, 결정적인 일격을 받아 현실이 되었고, 절 덮쳐온 겁니다.
 
결국 저는 2군의 21명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들과는 달랐어요.
눈물도 울음도 그치지 못했습니다. 울어버리는 한심한 자신이 싫어서, 또 눈물이 나왔습니다.
 
……사카가미 군, 솔직히 말해주세요.
절 추악하다고 생각합니까?
저의 이 감정은, 제멋대로인 원한이라고 생각합니까?
 
1. 그렇지 않다.
2. 추악할지도 모른다.
3.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렇군요, 모르시는군요.
 
그야 그렇겠죠. 당신, 생각하는 기색조차 없이 대답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테니, 그만두죠.

 

……그런 표정 짓지 마시죠.
전 제대로 이야기를 할 겁니다.
히노 씨한테 부탁받았으니까요. 그 책임은 다 해야죠.
 
……별로 화 안 났습니다.
저야말로 불쾌한 이야기를 해버려서 면목이 없군요.
 
그렇지만, 사카가미 군.
이것만은 말하게 해주십쇼. 주관의 포기는 죄란 걸요.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예.

 

 
(사카가미)
그렇게 말한 아라이 씨가 이야기한 것은, 옥상에 매료되어 투신 실험을 시행하고 행방불명이 된 남학생의 이야기였다.
아라이 씨의 담담한 어조가 생생한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답답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가 목구멍을 살짝 누르고 있는 듯한…….
난 목에 손을 댄 채 아라이 씨에게서 눈을 돌렸다.
 
"으, 으아아아악!!"
 
난 봤다. 봐버렸다.
아라이 씨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의 목을 조르고 있어.
 
소리친 순간, 그림자는 한순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채 멍하니 있었다.
 
"이런, 무슨 일입니까? 사카가미 군."
 
아라이 씨가 별 거 아닌 듯이 내게 말을 건다.
 
"아, 아라이 씨…… 그림자 사나이의 이야기는……."
 
난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고 자리에 앉았다.
내 그림자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이야기는 이제 됐잖습니까. 당신은 알지 못할 이야기니까."
"……화나신 건가요……? 제가, 모르겠다고 말해서……."
"화 안 났습니다. ……모임을 진행해주세요. 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그림자 사나이의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건가요……."
"저만 이야기를 두 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야기 해달라고요!! 지금 제 그림자에 무슨 짓을 한 건데요!!"
 
히죽거리는 아라이 씨에게 공연히 화가 나서, 난 소리쳤다.
 
"……뭐에 화를 내고 있는 거죠? 전 책임을 다 했습니다."
"저는 그림자 사나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요! 지금 당신이 무얼 했는지도……."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사카가미 군, 당신은 정말 제멋대로네요. 죄에는 책임을 져 주세요."
"죄라니…… 그럼, 생각할 테니까…… 그러니까……."
 
난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아라이 씨의 속눈썹이 그의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가, 날 죽이려고 하고 있다.
어째서, 왜. 모르겠다고 말한 것뿐인데.
 
"……알았습니다. 가르쳐 드리죠."
 
난 아라이 씨의 뒤에서 빛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용서받았다. 이걸로 난 살해당하지 않는다.

 

"저는 당신 같은 인간이 정말로 싫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걸로 제 이야기는 끝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말할 건 이제 아무것도 없네요."
"그런……! 사과했으니까 용서해주세요! 아라이 씨!"

 

"……잠깐만, 너. 이제 진행해주지 않을래? 그는 제대로 이야기를 했잖아? 뭘 그렇게 시비 걸고 있어?"
 
날카로운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다.
그 기백에 눌려 난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진정해야겠지…….
 
나는 냉정해지려 애쓰며 계속 심호흡을 했다.
어째서 아까까지 그렇게 이성을 잃었을까…….
 
그래, 아라이 씨의 저 긴 앞머리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봤더니 갑자기 무서워져서…….
 
난 아라이 씨의 그림자를 쳐다봤다.
……이상한 점은 전혀 없다.
그래, 아까는 착각에 빠져서 내가 어떻게 된 것뿐이야…….
 
"죄송했습니다, 그러면……."
 
그래도 지울 수 없는 불안을 안은 채, 난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파시 1995년 특별편 추가 디스크 아라이 쇼지 ED07. 주관의 포기는 죄(主観の放棄は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