鳴神学園 新聞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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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 6. 14. 03:52

시나리오 진입 조건 아라이를 이야기꾼으로 선택, [임의 선택 → 2. 부모의 의사로]를 선택하여 진행.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2학년 B반의 아라이 쇼지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괴담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사카가미 군이라고 하셨죠. 당신은 어떻습니까?
무서운 이야기는 좋아하십니까?
 
1. 좋아한다.
2. 남들과 비슷하다.
3. 싫어한다.
 
남들과 비슷하다…… 무난하게 대답하시는군요.
그렇지만 남들과 비슷한 정도란 건 뭘까요?
평균, 보통, 남들만큼.
이런 건 좋은 핑계일 뿐이고, 본질을 이해하여 사용하는 말은 아니죠.
통계가 집계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인식하는 공통의 의식이 있지도 않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상대의 의식을 편하게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입니다.
당신도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저는 히노 씨에게 부탁받아 여기에 왔습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뭐, 보통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 괴담 이야기를 한다고 들으면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죠.
 
그래도 저는 싫습니다.
그런 속세적인 게 싫단 말이죠.
그들은 재미 삼아 괴담 이야기를 합니다. 영의 무서움도 모르고.
 
멍청하죠, 그런 것들은.
저는 그런 어리석은 군중이 정말 싫습니다.
아니, 싫다기보다도 미워한다고까지 생각이 드는군요.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영을 바보 취급하다가 멋대로 저주당하고, 그걸로 주변에 민폐를 끼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인종이 저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단 것만으로, 견딜 수가 없다는 생각에 빠집니다.
다행히, 제게 나루카미 학원이란 장소는 제법 아늑한 곳입니다.
이곳은 영을 하찮게 생각하는 인간에게, 그에 어울리는 벌이 내려지는 학교니까요. ……히히히.
 
당신도 이곳을 아늑한 곳으로 느낀다면 좋겠군요.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루카미 학원을 고른 겁니까?
 
1. 자신의 의사로.
2. 부모님의 의사로.
 
그렇군요, 당신은 고등학생씩이나 되어서는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지도 못하는 겁니까.
 
……비참한 사람이군요.
그런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이야기를 해줘야겠습니다. ……히히히히히.
 
그럼, 사카가미 군.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당신에게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는 광경이란 게 있습니까?
 
그래요…… 예를 들자면 후지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혹은 만천의 하늘을 뒤덮는 듯한, 아름다운 오로라.
 
광대한 사막에 녹색 보석처럼 존재하는 오아시스란 것도, 이야기 속에서는 자주 등장합니다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겠죠.
게다가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우주의 끝에 이른다면, 대체 뭐가 있을까요?
상상도 되지 않는 만큼 굉장히 흥미를 돋구죠.
 
그런, 한 번은 보고 싶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
무언가 하나 볼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눈에 담고 싶겠습니까?
 
1. 자신의 몸의 내부.
2. 자신의 미래.
3. 과거 역사의 명장면.
4. 살인 현장.
 
흠, 과거 역사의 명장면입니까.
확실히 그건 보고 싶더라도 볼 수 없는 것이겠지만, 제 질문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이해력을 의심하게 되는군요.
 
……뭐, 됐습니다.
이루어진다면은 저도,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배신하는 순간이나, 아케치 미츠히데가 주군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은 순간에 입회해보고 싶습니다.
 
믿고 있던 상대한테 배신당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상상만으로 오싹해지지 않습니까? 이히히히히…….
 
사실은 이제부터 제가 이야기할 것도, 그런 배신의 이야기입니다.
 

이건 제가 아직 1학년이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클래스 메이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는 망설임 없이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사에키 유우야(佐伯 裕也) 군이라고 합니다.
 
그의 대답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런 소망을 안에 품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은 법이죠.
사카가미 군도 사실은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러나 사람이 죽는 순간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죽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사에키 군은 대체 사람이 어떻게 죽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걸까요.
궁금했던 저는 다시 그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 그러면, 당신은 대체 어떤 장면이 보고 싶은 거죠?
목을 매고 체액이나 배설물을 비참하게 흘리고 있는 모습?
아니라면, 트럭에 치여 팔이나 다리가 끊겨 떨어질 듯한 모습입니까?"
 
죽음이라고 한다면, 누구든지 그런 처참한 광경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그러나 사에키 군은 전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나는 최대한 만큼, 죽는 방법을 여러 예를 들어 질문해 봤습니다.
 
기학적인 살인마에게 온몸을 관통당해, 내장이 도려내져 죽은 모습?
감금당해 물도 식사도 받지 못한 채, 비쩍 말라가며 힘을 잃어가는 모습?
 
그러나 사에키 군은 어떤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습니다.
끈기에서 진 저는, 어떤 장면을 원하고 있는지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사에키 군은 이렇게 대답했죠.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는 게 보고 싶어."
 
참으로 멍청한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많은 예를 들면서도 추락사는 잊고 있었습니다.
아뇨. 잊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러 보고 싶을 정도의 장면이라기엔, 다른 죽는 모습보다 조금 임팩트가 덜하니까요.
저도 모르게 제외해버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는 알아맞히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면서 대답했습니다.
 
"아, 추락사군요. 그게 있었죠, 과연.
……그러면 사람이 땅에 부딪혀서,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그저 살덩어리가 되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거군요."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그런 건 보기 싫어. 징그럽고 기분 나쁠 것 같잖아."
 
라고 말하는 겁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다면서 그로테스크한 사체는 보기 싫다?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발언에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체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는 그런 순간에 내가 무엇을 느끼게 될지 알고 싶은 거야.
사람이 지금부터 땅에 부딪쳐 죽는 단 몇 초.
그 순간을 봤을 때, 나는 뭘 생각하고 있을까?
무서워질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하거나 할지도 모르잖아?"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수상한 빛을 품고 있었고, 저는 등에 기분 나쁜 땀이 흐르는 걸 느꼈습니다.
 
"……있지, 아라이 군. 그런 걸 상상하면 두근두근거리지 않아?"
 
사에키 군은 비교적 얌전한 사람이었고, 별로 감정을 겉에 드러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는, 정말 기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그 감각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요.
 
저라면, 어차피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볼 거라면 좀처럼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생생한 광경이 좋으니까요. 히히히…….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은 이후, 그동안은 단순한 클래스 메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사에키 군에게, 저는 흥미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보다 더욱 이야기를 하게 되어, 우리는 사이가 좋은 친구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사에키 군이, 그런 특별한 존재인 제게만 털어놓은 이야기인 겁니다.
 
잠깐 창 밖을 봐주세요.
……이 신문부의 방의 창문에서도 보이겠죠.
 
저기 서 있는 10층 건물.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빌딩은 완성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마침 사에키 군이 『사람이 떨어지는 순간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을 때에, 저 빌딩은 아직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중이었죠.
 
창가 자리였던 사에키 군은, 매일매일 저 건설 중인 건물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보고 있을 때, 저기서 작업하던 사람이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물론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엔, 낙하 방지를 위해 생명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안전대라는 걸 장착하는 게 의무입니다.
조례에서 안전대를 안 하고 온 게 들키면, 현장 출입이 거부될 정도로 엄격하거든요.
그러나 깜빡 잊거나, 귀찮아 하며 장착을 게을리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은 곳의 건설 현장에서의 추락 사고라는 게 제법 일어나고 있다더군요.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사고가 눈앞에서 그리 단순히 일어날 리는 없습니다.
사에키 군의 소망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은 흘러만 갔죠.
 
그러나, 그러던 어느 날, 사에키 군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습니다.
다름 아닌 사에키 군의 아버지가, 그 빌딩 건설의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겁니다.
 
그렇습니다. 사에키 군의 아버지는 건축 업계에 몸담고 계셨던 거예요.
지금까지는 다른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쪽의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일손이 좀 부족했던 그 빌딩 현장에 보충 요원으로서 가게 된 겁니다.
 

"아빠가 내일부터 유우야네 학교 근처에서 일하게 됐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사에키 군은 순간 놀라고, 정말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걸 본 사에키 군의 아버지는,
 
"뭐야, 고등학생이나 돼서 아빠가 근처에서 일하는 게 그렇게 기쁘냐?"
 
라고, 부끄러운 걸 감추려는 것이었는지,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어머, 유우야랑 아빠는 사이가 좋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도 기쁜 듯이 미소 지었습니다.
옆에서 본다면 행복해 보이는, 아주 평범한 가정의 모습 그 자체지요.
 
……그렇지만, 그가 지어 보인 웃음에는 물론, 부모님이 상상하는 감정 따위는 조금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이걸로 드디어 그 건물에서 누군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면 사에키 군은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 전 아버지의 아침 식사에, 사에키 군은 몰래 분말로 된 수면제를 섞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지, 평소처럼 식사를 합니다.
 
혹시 눈치챈다면 어떡하지…….
그렇게 생각한 사에키 군은, 맛있다는 듯이 밥을 입으로 옮기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 유우야의 교실에선 아빠가 일하는 곳이 보이나?"
 
식후의 차를 마시며, 아버지는 사에키 군에게 물었습니다.
 
'보이고 말고. 매일 보고 있는걸.
그리고 지금부터는 난 더더욱 그 건물을 쳐다보게 될 거야.
아빠가 떨어지는 걸 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떠오른 그 말을 필사적으로 죽이며, 사에키 군은 단 한 마디,
 
"응."

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냐. 아빠도 열심히 일할 테니까,
너도 그런 거에 정신 뺏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는 거다."
 
아버지는 그런 말을 남기며 현장으로 출근했습니다.
아들이 자신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이죠…….
 
아버지가 밖에 나가고, 사에키 군은 크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자신이 가벼운 흥분 상태에 빠져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수면제의 효과로 졸리게 된 아빠는, 주의력이 떨어져서 안전대를 잊어버리고
잘만 흘러간다면 발을 헛디뎌서 그대로 떨어질지도 몰라.
오늘 내가 보고 있는 앞에서……'
 
물론 맛으로 눈치채지 못하도록, 꽤 적은 양의 수면제밖에 섞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사에키 군도 그렇게 일이 단순하게 흘러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것만으로도 그는 고양감을 억누르지 못한 겁니다.
 
 

학교에 도착한 사에키 군은, 자리에 앉자마자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봤습니다.
내가 학교에 오기 전에 이미 아빠가 떨어졌다면 어떡하지……?
 
순간 그런 불안이 머리에 스쳤지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고, 아무래도 기우에 그쳤나 봅니다.
 
여러분도 실제로 창문에서 건물을 봐 보신다면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여기서 가깝다고는 해도 나름대로의 거리가 있으니까요.
작업하고 있는 사람의 형태는 콩알만큼으로밖에 안 보이고, 사람의 얼굴도 인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에키 군도, 누가 자신의 아버지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딱히 사에키 군은,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에요.
사람이 떨어지는 게 보고 싶은 겁니다.
빌딩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그렇게 사에키 군은, 두근거리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 상태였으니까 수업 내용 같은 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되니까요.
선생님께는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교과서를 보는 척하며 곁눈질로 계속 건물을 쳐다봤습니다. 
 
저 말인가요?
물론 그가 열심히 빌딩을 쳐다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하지만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있다니, 그때는 몰랐었으니까요.
 
아, 오늘도 빌딩에서 누군가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구나.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 조용히 그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방과후가 됐습니다.
결국 그날, 그의 아버지는 빌딩에서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가는 횟수도 최소한으로 하며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요.
사에키 군은 무심코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제법 지독한 이야기 아닙니까?
자신의 아버지인데도요.
 
하지만, 아직 그의 아버지가 일하기 시작한 지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들은 이야기로는, 그 빌딩이 완성되기까지는 앞으로 3개월은 걸리는 듯했으니, 아버지도 그동안은 계속 그곳에서 일한다는 게 됩니다.
 
'그래. 단 한 번의 실패에 매달리지 말고, 끈기 있게 그때를 기다리자.
오늘은 수면제를 아예 눈치채지 못한 거 같으니까,
내일은 양을 조금 늘려도 괜찮을 것 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하굣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귀가해 있던 아버지에게 무심한 표정으로,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겁니다.
 

……아아, 이 얼마나 위선적인 자입니까?
저는 그런 인간이 제 근처에 있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흥분했습니다.
당연하잖습니까? 
몇십 년이고 자신을 키우고 애정을 쏟아준 아버지를, 자신의 순간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 인간성이 결여된 예비 범죄자가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다.
선량한 고등학생의 탈을 쓴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사카가미 군, 당신 근처에도 그런 위험인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리고 그 인물은 이미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덫을 놨을지도 모릅니다. 히히히…….
 

그 뒤로, 매일같이 그는 똑같은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아침, 아버지의 아침 식사에 수면제를 섞고 학교의 창문으로 빌딩을 계속 바라본다.
수면제의 양을 계속 늘리면서요.
학교가 쉬는 날 이외의 매일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아버지는 좀처럼 건물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그 업계의 베테랑이니까요.
추락 사고의 공포는 몸으로 겪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웬만해서는 안전장치를 잊지 않겠죠.
……하지만, 약물의 힘을 빌린다면 어떨까요?
 
마음에 틈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때 다리를 휘청거린다면…….
그는 그저, 그 순간을 바라고 바랐습니다.
 
어느샌가, 그가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인지부터 한 달 남짓이 지나려고 하고 있었죠.
 
기회가 오기만을 그저 기다리자고 결심했던 사에키 군도,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려던 모양이었죠.
그가 어떤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1. 오로지 기회를 노렸다.
2. 실험체를 바꿨다.
 
……그래요.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아버지를 사용한 실험을 단념했습니다.
멋대로 죽이려 하더니, 자기 생각대로 안 된다고 열받아하다니, 얼마나 제멋대로인 사람인 걸까요.
 
그리고 그는, 새로운 피해자를 찾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대신할 인물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런 의미에서는, ……실례되는 말입니다만,
평소에 그의 눈이 닿는 범위 안에서, 높은 곳에 갈 기회가 많은 아버지는 절호의 표적이었겠죠.
 
그렇지만 그때의 사에키 군은 이제 아버지를 실험체로 삼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식사에 약을 섞기 시작한 뒤로, 투신자살의 묘사가 담긴 책이나 비디오를 닥치는 대로 훑어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새에 그의 흥미는, 투신자살을 관찰하는 것에서 실제로 하는 것으로 바뀌어버린 겁니다.
그는,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어 땅을 바라봤습니다.
 
난간 너머로 몸을 내미는 것만으로 이렇게 오싹거리는구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몸을 맡기면 개방감이 얼마나 느껴질까.
그리고 대지에 부딪치는 순간, 자신의 몸은 얼마나 폭력적인 충격에 당하는 걸까.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려보자니, 그는 흥분에 몸이 떨렸습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금단의 과실입니다.
아무리 달게 보이더라도 한 번 맛을 봐버렸다간, 다시는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입에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욕구는 커지기 마련이죠.
사에키 군도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느 날, 그는 스스로 추락의 충격을 맛보기로 했습니다.
운명을 맡길 장소로 고른 건,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그 공사 현장의 옥상이었죠.
 

사에키 군은 저녁식사 후, 가족의 눈을 피하여 건설 중인 빌딩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담장 사이로 어떻게든 몸을 파고들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계단으로 빌딩 옥상까지 간신히 올라갔습니다. 
 

마침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습니다.
아래로 달빛이 비쳐, 사에키 군이 자라 온 거리의 경치가 펼쳐집니다.
조금만 눈을 멀리 돌리자, 학교 건물도 보였죠. 
 
'……결국 1년도 못 지냈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마워.'
 
그런 생각을 하며 사에키 군은, 인생 최후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 허공으로 발을 내디딘 겁니다.
떨어지는 순간, 사에키 군이 대체 무엇을 생각했을 것 같습니까?
 
1.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2. 부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
 
떨어지는 순간, 그는 무의 상태였습니다.
기쁨, 슬픔, 공포조차 그의 가슴에 들어오지 않고 바람에 휘날리는 채, 그는 낙하했습니다.
 
그때였어요.
 
"유우야!"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며, 눈앞에 손이 내뻗어진 겁니다.
그때, 분명 생기지 않았을 터인 그의 감정이 갑자기 움직였습니다.
……그의 가슴에 피어오른 감정은 '살고 싶다'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손을 잡았습니다.
내뻗어진 손은 강하게 사에키 군의 손을 잡아, 그를 낙하의 위기에서 힘겹게 구해낸 거죠.
 
달빛에 비쳐 보인 그 얼굴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아, 아빠……!?"
"바보 같은 짓하지 마라, 유우야!"
 
그는 팔에 힘을 주며, 아들의 몸을 끌어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나 됐으니 체격은 거의 어른과 비슷하겠죠.
그걸 한 팔로 들어 올리려고 했으니, 아버지의 어깨에는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통증과 아들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어요. 
팔 근육은 한계까지 하중이 가해져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조금씩, 확실히 사에키 군을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사에키 군의 몸이 완전히 옥상에 올라온 걸 확인하자, 아버지는 웅크리고 오른 어깨에 손을 얹으며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사에키 군을 붙잡은 충격으로 어깨 힘줄이 다쳐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아빠!!"
 
사에키 군은 아버지에게 달려가, 등을 가볍게 어루만졌습니다. 
 
"아빠, 정신 차려!!"
"……나는 괜찮아……. 그보다 너는?"
"내가 문제야!? ……윽, 미안, 미안해, 아빠…… 으윽……"
 
아버지의 등을 어루만지며, 사에키 군은 소리 내며 울었습니다.
그건 그가 처음으로 흘린, 마음에서 우러나온 후회의 눈물이었겠죠. 
 
그 이후로 사에키 군은 추락사 이야기를 하는 건 그만두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목숨을 건 설득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라면 한 번 죽음을 결단하고 낙하하는 감각을 맛본 걸로, 만족해버린 걸까요…….
 
 태도를 완전히 고치고, 집에서는 아버지의 어깨 부상이 나을 때까지 성심성의껏 치료하고 있다더군요. 
 

……아아, 저는 마음속으로 실망했답니다.
육친의 정을 조금 건드린 정도로 성숙해져버리다니, 사에키 군답지 않아요.
 
제 앞에 모처럼 일그러진 잔학성을 품은 인재가 나타났단 말입니다.
이런 귀중한 기회는 흔한 게 아니에요. 
 
그게 송곳니를 잃어 얌전해지는 꼴을 그냥 손가락이나 빨며 보고 있다니, 제 미학이 용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사 말을 걸어 다시 그의 광기가 살아나게끔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건 훌륭한 범죄 교사라고?
 

하아?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저는 그저 그에게 잔학한 살인이나 사고 기록을 읽어주며, 같이 생각해주고 있는 것뿐입니다.
전부, 지극히 평범하게 유통되고 있는 인쇄물입니다.
그걸로 사에키 군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든지, 제게 책임은 없습니다.
그렇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저의 이 눈에 들어온 괴물의 알이란 말이죠.
앞으로 더 특이한 행동을 보여줘서 제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떨리게 해줘야 한단 말입니다.
히히, 이히히히히히…….
 
제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 분,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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